핵개인의 시대, 아무도 말하지 않는 리더십의 이면 | 3편. 20년 리더십 담당자가 풀지 못한 5가지 의문

HR 리더십 변화

핵개인의 시대, 아무도 말하지 않는 리더십의 이면

3편. 20년 HR, 리더십 담당자가 풀지 못한 5가지 의문

문제는 한 쪽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앞서 2회에 걸쳐 리더 기피 현상을 논하고 이런 현상이 도래한 이유에 대한 제 생각을 얘기했습니다.

어찌 됐든 현재 시점에 리더에 대한 매력도는 추락했고 그들의 마음에는 금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리더십 교육을 담당하고 가까이에서 리더들을 지켜보며 또 직접 그 역할을 수행하며 느낀 리더와 리더십 관련 몇 가지 의문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대개 한 쪽에서만 비롯되지는 않습니다. 도로에서 차와 차가 부딪히는 사고를 떠올려 보면, 과실비율 100대 0은 흔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상황은 복합적이고, 입장은 상대적일 수 있습니다. 주제가 리더이므로 여기에서는 리더에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1. 회사에는 왜 욕먹는 리더들이 대다수일까?

① 이 의문에 대한 저의 첫번째 가설은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방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입니다. 

성악설과도 맞닿아 있는 생각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선생님은 학생에게서 많은 빈틈을 보고, 고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은 마음에 들어 할까요? 나르시시즘이 소시오패스보다 위험하다 하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캠페인이 유행인 건, 인간의 디폴트값이 자신을 못마땅해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확대해석하자면, 결국 사람은 전방위적인 불만을 품은 존재이고, 이 불만이 개선과 발전으로 이어져 인류가 위대한 문명을 건설하게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② 팀원에게 리더는 사사건건 자신을 감시하고 피드백하며 지시하는 작용-반작용의 관계, 태생적으로 적대감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유방임형(위임형)보다는 마이크로매니징형 리더에 대한 반감이 훨씬 큽니다.

 돌아보면 저도 지금껏 열세분의 리더를 모시며, 함께 일할 때는 어느 정도 불만을 갖고 단점을 꼽아보기도 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부분 장점이 더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과거 미화와 부정적 기억의 휘발은 감안해야 합니다.

③ 프로야구 감독 중 어떤 감독이 임기 내내 칭송을 받는 경우를 보신 적 있나요? 야구팬과 관계자들의 공통된 답변은 ‘그럴 일은 없다’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야구 감독은 우승을 해도, 전승을 해도 욕먹을 거라고 합니다. 감독은 본디 그런 자리, 욕먹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일이 항상 잘될 수는 없는데, 잘못됐을 때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면 그게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원인은 언제나 복합적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적 기질’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수백, 수천년 동안 그럭저럭 잘 유지되던 리더와 리더십에 대한 관점에 균열이 생긴 데에는 분명 또다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이유를 다시 소환해야겠습니다.

④ 리더와 나, 회사와 나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또다른 유력한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환경에 최적화되도록 진화한 동물이라,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적응하기를 택합니다. 한번 입사하면 10년은 다닐 회사, 5년은 바뀌지 않을 팀과 리더라면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뒤에서 욕하더라도 ‘네, 알겠습니다’하고 순응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노를 적립하고, 한도를 넘으면 표출하고 떠나면 그만입니다. 오늘 지원해서 다음주에 이직하기도 하는 게 요즘의 풍경입니다.

⑤ 기술적인 면도 살펴보겠습니다.

리더에 대한 뒷담화는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술자리 기본 안주였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주인공’의 귀에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전달된 얘기는 쿠션이 더해지고, 또 적당히 발뺌하면 더 이상 묻기도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카톡이, 인스타가, 구글이, 블라인드가 뒷담화를 작성한 ‘일/시/분/초’와 뉘앙스를 살려줄 ‘특수문자’ 하나까지 ‘박제’해 줍니다.

덕분에 소문이 아닌 실제 증거물이 순식간에 전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의 리더가 예전의 리더들보다 준비가 덜 되고, 미성숙했을 수는 있어도 특별히 더 악인들로만 구성됐을 리 만무하다고 보면, ‘증거가 남는 디지털 흔적’의 양이 많아져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회사에 왜 리더상(像)은 없을까?

회사마다 비즈니스와 일하는 방식의 방향성을 표방한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기업이 선호하고 기대하는 유능한 구성원의 모습을 담은 인재상이 있습니다. 리더상은 인재상의 하위 개념으로서 구성원 중 특히 리더에게 요구되고 기대되는 모습을 담게 됩니다.

분명 리더상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저는 명시돼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한 회사의 최상위 리더는 회장님 또는 사장님이고, 대체로 모든 리더들이 이들의 리더십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리더상=회장님/사장님이라고 보면 되는 것일까요?

다른 곳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임원이나 팀장, 실장을 선발하는 데 별도의 채점표나 기준이 있을까요? 역량과 역할 레벨을 정의한 양식이 떠오르긴하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기준에 대한 정의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내부 승진으로 리더를 뽑는 정량적 기준은 경력, 역량, 성과, 정성적 기준은 성과의 누적 임팩트, 정치력을 포함한 로열티, 통솔력에 대한 인상비평, 평판 등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도 명문화된 리더상이 보이진 않습니다.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회사 중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Succession Plan(승계 계획)을 제도로 갖춘 곳이 있습니다.

핵심 포지션이 공석이 됐을 때를 대비한 인력 백업 계획입니다. Successor 선발 과정의 채점 기준이 리더상으로 갈음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적어도 Succession Plan을 운영하는 회사는 리더상으로 내세울 만한 정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이런 제도와 내용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게 잡아도 전사 인원의 10% 이내입니다. 부디 인사부서는 우리의 리더들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각자의 북극성으로 삼아 절차탁마(切磋琢磨)하도록 리더상을 양지로 올려 공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리더의 선발/채용시 리더십 요소는 충분히 고려될까?

경험적으로 볼 때 리더의 내부 선발은 사전에 내정되는 방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력과 연차, 성과 등의 관점에서 팀 내 2인자가 있고, 현재 리더의 승진, 전배, 이직, 면직으로 공석 발생시 자연스럽게 차기 리더로 임명됩니다. 일종의 비공식적 Succession Plan이 가동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업무적인 이해도나 장악력에는 별다른 누수가 없겠지만, 리더십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새로 임명된 리더가 비록 팀에서 선임 위치였지만 그래도 같은 레벨이었던 동료들 입장에서 리더라는 ‘관계의 변화’ 속에 마주하며 합을 맞추는 것에는 진통이 따를 수 있습니다.

리더의 채용 과정은 어떨까요?

대개 팀원을 채용할 때보다는 좀 더 높은 포지션의 면접관이 배정됩니다. 리더로서의 통합적인 직무 경험과 인사이트, culture fit을 봅니다. 채용 공고에 리더 경험을 조건으로 내걸거나, 이력서를 검토할 때 리더 직책 수행 경험을 고려합니다.

그렇지만 리더로서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확인은 주로 후보자의 답변에 의존하게 됩니다.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레퍼런스 체크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리더 포지션의 후보자를 채용하는 면접에 여러번 참석했지만, 리더십 역량을 확인하는 질문이나 프로세스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리더십은 다분히 실제 상황속에서 발현되는 양상이 어떠하냐의 문제이므로, 애초에 면접만으로 검증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리더의 선발과 채용 과정에서 리더십에 좀더 가중치를 두고 면밀하게 검증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리더는 의도와 상관없이 조직에서 영향력이 크고, 누군가에겐 회사를 떠나게 하는 결정적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4. 우리의 리더는 성장하고 있을까? A. 리더들은 리더십 개발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을까?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야” 이 말은 주로 문제 있던 직원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사용합니다.

그리고 리더들에게 거의 같은 용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너희 팀장님 이번에 리더십 교육받으신 것 같던데, 좀 개선된 것 같아?”, “개선은 무슨… 사람 쉽게 변하겠어?”

리더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리더 개인 측면’과 ‘교육 측면’ 모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리더 개인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처음 리더가 되는 나이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 어림잡아 평균 마흔살 전후입니다.

회사에서나 사회적으로나 경험과 연륜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기라 행동의 기준이 ‘자기 자신’입니다.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며 다져진 가치 체계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더구나 리더가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꽤나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설혹 변화할 준비가 돼 있고, 아래위로부터 적절한 피드백을 받았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정확하게 안내해 줄 멘토나 코치가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은 맞고 남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리더는 성공적으로 삶을 이끌어 왔다고 자신하고, 직책에 임명되며 사회적인 인정까지 받았으니 이런 생각은 더욱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개선을 위해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거나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노무적 이슈가 발생했던 리더가 다시 이슈가 되는 이른바 ‘재범률’이 꽤 높습니다.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리더십 다면 진단이나 조직몰입도 조사 결과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경우는 팀구성이 변했거나 비즈니스적 이슈가 있었을 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과학 명제처럼 한 번 굳어진 리더십 평가는 드라마틱한 발전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5. 우리의 리더는 성장하고 있을까? B. 리더십 교육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교육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좀 더 많습니다. 이것을 주제로 새로운 연재 기고문을 작성할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우선 리더십 교육에 관한 열 가지 문제를 꺼내 봅니다.

많은 회사에서 리더십을 강조하고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교육을 하지만 충분한 효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고찰입니다.

① 목표: 지향하는 교육 목표 또는 리더상이 불명확합니다.

② 방향: 맥그리거의 X이론에 입각해 마흔이 넘은 교육 대상자의 생각을 개조하려고 합니다

③ 대상: 회사에는 여러 리더 직책이 있는데, 예산과 시간의 제약으로 주로 팀장 리더십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또 리더십 수준에 관계없이 한데 섞어 일괄적으로 진행합니다.

④ 운영: 사업장이 전국에 있는 기업의 경우, 연수원을 거점 삼아 2박 3일 20시간 교육으로 운영합니다. 사업장이 한 곳에 있어도 효율을 앞세워 유사하게 진행됩니다.

⑤ 커리큘럼/내용: 주로 리더십의 이론 또는 이상향을 얘기합니다. 위인이나 국내외 대기업 CEO, IT 기업 스타 창업자의 사례가 주로 등장합니다.

⑥ 강사/강의자료: 전체 과정의 절반 이상은 사외 강사에게 할애합니다.

박사급 코치나 전문 컨설턴트가 전체 과정을 전담하기도 합니다. 사내 강사는 ‘대외비’라며, 사외 강사는 자신의 소중한 ‘밥벌이 도구’라며 일부 자료만 배포합니다. 그러다 보니 필기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⑦ 교육방식: 내용 전달 위주로 진행됩니다. 이따금 조별 토의 후 전체 공유를 하기도 합니다.

⑧ 학습전이: 사외강사 중심으로 3일간 집중 교육을 진행한 터라 업무에 복귀한 이후에 배운 것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꼼꼼히 챙기기 어렵습니다.

⑨ 후속 프로세스: 1회성 기본 교육 이후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후속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 효과를 진단하기 위해 현업적용도 조사, 리더십 다면 진단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⑩ 학습자: 처리해야 될 업무가 산적해 있는데, 사흘을 교육으로 빼는 건 상당한 부담입니다. 자신이 문제 있는 리더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리더십 다면진단 결과가 특별히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왔으니 잠시 집중해보려고 하는데, 원론적인 얘기들과 와닿지 않는 위인 사례 열전에 잠시 졸 뻔합니다. 필요성과 시급성을 못 느끼니 적극성은 떨어지고 계속 날아드는 메일, 업무 메신저, 전화 알림에 몰입하기를 중단하고 다시 노트북을 펴 듭니다.

돈∙사람∙시간, 참 많은 자원이 투입됐지만, 교육을 받고 난 리더들에게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합니다.

리더십의 특성상 효과가 즉각즉각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여러 회사에서 교육팀의 일원으로, 강사로, 총괄 기획자로, 교육생으로 경험해 본 우리의 리더십 교육은 회사와 교육팀과 대상자 모두에게 ‘연말 법정 필수교육 수료’와 같이 그저 ‘숙제 해치우기’는 아니었을까 의심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리더십 교육의 유일한 승자는 외부 강사님들이었습니다. 삶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당장의 리더십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이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아름답거나 어려운 얘기 많이 전해주고 홀연히 떠나간 (자료는 일부만 공유해 주고간).

다음 글에서는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을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리더십 개발 방안’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 有에서 new로 develop하는 실용주의 Creator
- 고민의 양이 발전의 확률을 높인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why’를 프로파일링합니다.
임정균
임정균
위대한상상(요기요) Learning & Value팀장, 21년차 HR
(전) 쿠팡 Culture & Value팀
(전) 두산인프라코어 HRD팀 / 두산Way팀
(전) 삼양홀딩스 HRD팀 / 조직문화T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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