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의 시대, 아무도 말하지 않는 리더십의 이면
4편. 리더와 트레이너를 위한 효과적인 리더십 개발 방안
암울하지만 누군가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
몇 주간 암울한 리더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며 조금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 갇혀 지냈습니다. 온전히 현실을 반영하긴 했지만, 메소드 연기를 하듯 몰입하다 보니 스스로 어둠에 빠져있던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가시화되고 버전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에 기대반 두려움반인 가운데, 머지 않은 미래에는 AI 컴퓨터나 AI를 장착한 로봇이 리더 역할을 하고, ‘휴먼’은 그저 실무와 조금 난이도 있는 육체 노동을 전담하는 상황이 닥쳐올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오늘을 사는 우리 중 누군가는 리더 역할을 맡아야 하고, HR은 그런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은 좀 더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과정 기획자로서 리더십 교육에 대한 세가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반드시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달하는 내용이 대부분의 대상자에게 어렵지 않게 이해되고, 즉각적으로 현업에서 적용 가능한 것인지를 과정을 기획하는 기준으로 삼습니다.
학습을 통해 나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일상을 뒤돌아보면서 반성할 포인트를 찾고, 무엇을 바꿀지 어떻게 행동할지 영감을 얻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부분적으로는 이론에 치우치거나 다소 원론적인 내용도 있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나의 실제 행동에 어떻게 접목시킬지를 고민하게 하고, 활용하는 연습을 하도록 구성합니다.
최종 점검 단계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그저 좋은 얘기, 흉내내기조차 버거울 만큼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는 최소화합니다. 롤모델과 나와의 격차가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무용지물이라는 경험칙을 믿기 때문입니다.
2. 리더들이 결코 다 알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리더들은 조직의 기대 행동을 알고도 하지 않을까요 몰라서 못할까요?
선배들로부터 리더들이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어왔지만, 저는 이것을 5대5로 보고 기획 방향을 정합니다. 리더들과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에서도 그런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는데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이유도 모른 채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소속 조직 내의 방식이나 전임자가 정한 룰을 무심코 따르는 경우 등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올바른 리더의 길,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리더십의 모습을 한 번쯤은 명확하게 전달하고 각자가 알고 있는 내용과 비교하여 기준을 수정하도록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3. 교육을 통한 변화에 올인하거나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리더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리더십 교육이나 직장내 괴롭힘 예방 교육 등을 긴급 편성하는 것을 본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이럴 때마다 HRD에 몸담으며 가장 처음 접했던 이론인 70:20:10 모델을 떠올리게 됩니다. 구성원의 학습에 미치는 영향도가 업무 70%, 사람 20%, 교육 10%라는 것입니다.
교육은 마중물로서의 역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기능이 주가 되고, 결국엔 업무 속에서 부딪히며 적용해보고 조정하고, 그 가운데 관계를 맺는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이나 조언을 받는 것이 학습의 핵심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교육 부서가 구성원의 성장에 10% 지분 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반대입니다.
10% 외에 학습한 내용을 현업에서 어떻게 접목하여 체화하도록 할지(70%)와 코칭/피드백, 멘토링 등 사람을 통한 학습과 성장이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일(20%) 모두 HRD가 관여하여 레벨업시킬 수 있는 범위로 봐야할 것입니다.
1. 다양한 코칭을 활용합시다
코칭하면 떠오르는 2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전문성’, ‘높은 비용’.
시간당 50~100만원을 지불하는 전문 코치와의 1대1 코칭은 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다수의 리더 그룹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효과가 떨어지지도 않는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다른 방식의 코칭을 제안합니다.
1) 첫번째는 상사 코칭입니다.
코칭과 피드백은 상사의 기본적인 역할이기도 합니다. 상사는 나를 가장 잘 아는 리더이자 전체를 조망하고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리더들의 역할 수행을 관찰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조직내에 상사의 주기적인 코칭과 피드백이 정례화되어 있지 않다면,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상사로부터 1on1 미팅을 통해 코칭과 피드백을 받도록 프로세스화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때 미리 아젠다를 정해 일방적으로 리더만 얘기하는 자리가 아닌 질문과 조언이 오고가는 입체적인 시간이 되도록 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상사는 대상 리더에 대해 주로 팔로워로서의 모습을 보게 되므로, 다면진단 자료가 있다면 이를 활용해 상사-본인-동료 리더-구성원이 응답한 답변의 gap이 큰 항목을 중심으로 다층적인 코칭 포인트를 잡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2) 두번째는 그룹코칭입니다.
경험있는 외부 코치를 초빙하되 10명 내외의 대상을 4~5명씩 그룹으로 나누어 주제와 상황별 토의, role play 등을 진행하고 코칭과 피드백을 듣는 방법입니다. 1대1 코칭 대비 교육 효과와 비용 효율의 중간 지점을 취할 수 있습니다.
3) 세번째는 peer 그룹 코칭입니다.
리더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체득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하나로 모으면 best practice 사례집 한 권은 뚝딱 만들어 낼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나의 고민은 남도 해본 고민일 수 있고, 내가 겪고 있는 힘든 길을 이미 가보며 시행착오 끝에 방법을 찾은 동료 리더가 있게 마련입니다.
때로는 최고의 선생님이 되어줄 ‘반면교사’의 사례를 듣게 될 수도 있습니다. 화자가 나의 동료라는 심리적 안전감도 몰입과 이해도를 높이는데 한 몫합니다.
2. 주기적인 1on1 미팅을 통해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합시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리더와 구성원 간에 충분히 소통하고 있나요?
미팅에서의 업무 대화나, 식사 자리에서의 사담이 아닌, 성과에 대한 인정과 잘한 점에 대한 칭찬 혹은 개선을 위한 피드백, 피드포워드, 각자의 중장기적 지향점 등을 터놓고 얘기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신뢰를 쌓아가는 그런 소통의 자리 말입니다.
리더십은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 방식 등 구성원과 호흡하는 모든 것으로서, 당연하게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의 기반 위에서 보다 잘 작동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인 1on1 미팅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넛지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제안을 넘어 1on1미팅이 모든 조직에 필수적인 프로세스로 보편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전사 제도로서 운영을 정례화하고 미팅의 일정과 내용을 관리해주는 시스템까지 지원한다면 더욱 쉽게 정착될 수 있습니다.
수평적인 문화적 토양에서 성장한 신세대 구성원들은 인정/칭찬/공정성 등을 핵심적인 가치로 삼으며 쌍방향 소통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업무와 성장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 5~7인의 소팀제 환경에 더해, 캘린더나 메신저 등 시스템을 통해 미팅 시간을 조율하기도 쉬워졌습니다.
효과적인 1on1 미팅을 위해 다음 4가지 제안을 덧붙입니다.
① 1개월에 한 번 30분~1시간 주기적으로 진행하기 (조직의 환경에 따라 실행 주기는 2주~2개월로 운영)
② 아젠다는 미리 공유하기 (인정/칭찬/피드백, 성장/교육 니즈, 고충/장애 요소 등)
③ 팀원도 할 말을 미리 준비해오도록 안내하여 대화 빈도를 5:5로 유지하기 (즉, 리더가 일방적으로 얘기하지 않기)
④ 미팅 내용을 공유하고 다음 미팅시 이전 피드백에 대한 실천도를 점검하기
3. 리더십 교육의 프레임을 전환합시다 – 참여/실습/체화
리더십 과정을 개발하고 책임지는 담당자로서 교육 얘기를 안 할 수는 없겠습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리더십 개발’하면 교육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전 글에서 그동안의 리더십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니 어느 정도 대안을 제시할 책임을 느낍니다.
중심적인 내용은, 리더십 교육의 프레임을 참여/실습/체화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론, 배경, 사례에 대한 설명은 되도록 블렌디드 러닝이나 플립러닝 방식으로 운영하여 사전에 이러닝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집합 교육에서는 짧게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후 오프라인 교육은 토의, 발표, 실습, role play로 진행합니다.
주도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리더 스스로 깨닫고 이해하며 체화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안처럼 힘주어 말하고 있지만 실상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적용하는 교육 방법입니다.
교육의 이유와 목표라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점검해 볼 때, 거창한 이론이 아닌 실제로 작동하는 노하우, 위인전 같은 사례가 아닌 ‘우리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연간 몇 명 대상으로 몇 차수, 몇 시간 ‘교육을 완수했음’이 아닌 교육 참석자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변화했고, 발전했는지를 교육부서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후에 비로소, 학습의 70:20:10법칙에서 10% 비중인 교육이 제대로된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연재를 마치며
4회에 걸쳐 리더십 위기의 현황과 원인, 리더십에 대한 의문, 그리고 리더십 발전 방안 등에 대한 오랜 고민을 공유해 보았습니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접한 HR부서 지원 동기 1위는 ‘평소에 사람을 좋아해서’였습니다. (직무 분석이 전혀 안 된 실망스러운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들이 HR 현직자로 업무에 투입돼 몇 달이 지나면 숱한 질문과 민원 제기, 컴플레인 등에 시달리며 ‘인간 혐오 단계’에 접어드는 걸 봤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리더십 개발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다보니 리더라는 일견 화려하고 매력적인 존재의 이면에 놓인 리더들의 민낯, 리더와 얽힌 각종 이슈, 그들의 고민과 고충에 익숙해져 대체로 비판적인 관점으로 서술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본 글의 대제목처럼 시대의 패러다임이 ‘핵개인’으로 바뀌었고, 리더십에 이전과 다른 균열이 감지되고 있기에 한 번쯤은 이러한 불편한 실상을 꺼내 놓고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가며 제 글을 접한 분들께 모쪼록 어떤 면에서라도 유익한 담론이었기를 기대하며 연재를 마칩니다.
세상 모든 휴먼 리더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 고민의 양이 발전의 확률을 높인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why’를 프로파일링합니다.
(전) 쿠팡 Culture & Value팀
(전) 두산인프라코어 HRD팀 / 두산Way팀
(전) 삼양홀딩스 HRD팀 / 조직문화TFT